1. 장례에도 녹색 전환이 온다 ― 탄소 중립 시대의 죽음에 대한 재해석
2020년대 들어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따라 삶뿐만 아니라 죽음조차도 탄소 중립을 요구받는 시대가 열렸다.
특히 유럽과 북미 지역은 장례 문화에 있어서도 **‘녹색 전환(Green Transition)’**을 적극 추진 중이다.
전통적인 매장과 화장은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한다.
1회 화장 시 약 245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매장은 묘지 공간의 장기적 점유와 토양·수질 오염 위험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목장(Tree Burial), 액화장(Alkaline Hydrolysis), 동결장(Cryomation), 바이오 장례 캡슐 등이 도입되고 있다.
유럽과 북미는 이러한 방식들을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장례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문화운동으로 접근하고 있다.
죽음마저도 순환과 생태로 귀속시키는 이 새로운 트렌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서서히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2. 유럽의 친환경 장례법 ― 규제와 철학이 함께 움직인 변화
유럽은 친환경 장례 트렌드의 법적·제도적 선도 지역이다.
특히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영국은
지속가능한 장례 방식 도입에 앞장서며
정부 차원의 장례 산업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2008년 세계 최초로 **동결건조 방식(Cryomation)**의 장례를 합법화했으며,
이 방식은 시신을 극저온 상태에서 얼린 후 진동시켜 가루로 만든다.
CO₂ 배출이 거의 없고, 폐기물 발생도 최소화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1년 ‘유기적 장례(Organic Burial)’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 생분해 관 사용
- 시신 내 금속 제거
- 전기 화장 시스템
등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한, 유골 대신 퇴비화된 생분해 유기물로 고인을 기리는 시스템도 시범 적용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환경규제와 문화적 수용이 동시에 작동했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장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식과 윤리적 교육, 종교 단체와의 협력까지
종합적 변화가 함께 이루어졌다는 점이 한국과의 차이다.
3. 북미의 장례 실험실 ― 기술, 스타트업, 시민이 이끄는 생태 장례
미국과 캐나다는 법제화보다는 스타트업과 시민운동 중심의 혁신이 눈에 띈다.
특히 미국의 일부 주(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 등)는
**액화장(Alkaline Hydrolysis)**과 **퇴비 장례(Human Composting)**를
공식 장례 방식으로 허가했다.
액화장은 고온 고압의 알칼리성 용액으로 시신을 분해하는 방식이며,
CO₂ 배출은 화장의 10% 수준,
남은 액체는 농업용 비료로 재활용 가능하다.
이미 20개 주 이상에서 이 방식을 허용했고,
장례 시장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리컴포즈(Recompose)’라는 시애틀의 스타트업은
사람을 퇴비화하는 자연 장례 시스템을 개발하여
시신을 30~45일 동안 퇴비화하고,
이를 유족이 식물 재배나 자연 환원에 사용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방식은 기술과 감성, 윤리를 조화롭게 연결했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에게 매우 높은 심리적 만족감과 생태적 책임감을 제공한다.
북미의 트렌드는 결국
“죽음을 공공 책임이 아닌, 개인의 친환경 선택권으로 확장하는 흐름”이며,
이런 점이 한국 장례 문화의 도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4. 한국 사회에 적용 가능할까? ― 제도와 문화, 어느 쪽부터 열릴 것인가
그렇다면 한국도 이러한 친환경 장례 트렌드를
실제 도입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
우선 법률적 제한이 가장 크다.
현재 한국은 사체 처리 방식을
매장, 화장, 해양장, 자연장(수목장) 정도로만 인정하고 있으며,
액화장, 동결장, 퇴비장 등은 법적 미인정 상태다.
이러한 방식의 도입을 위해선
보건복지부의 고시 개정, 사회적 합의, 장례 시설 기준 개선 등이 필요하다.
다음은 문화적 저항감이다.
한국은 유교적 장례관이 강하고,
“조상의 육신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수목장 선호도는 빠르게 증가 중이며,
친환경·미니멀 장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과 시장의 결합이 필수다.
친환경 장례 기술은 장례 스타트업, 환경단체, 지자체, 그리고 정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만 현실화가 가능하다.
결국 친환경 장례가 한국에 올 수 있는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할 것인가에 달린 문제다.
그리고 지금이 그 변화를 준비할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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