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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장례 산업 관련 콘텐츠

수목장 그 이상: 생명을 재탄생시키는 바이오 장례 기술

by 즐건정보나눔 202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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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통 장례의 한계와 대안 ― 매장과 화장의 환경적 부담

수천 년간 인류는 죽음을 맞이하면 매장 또는 화장이라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도시화,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통 장례 방식이 가진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높아지고 있다.
매장은 땅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점유하며, 장기간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국토가 좁은 한국의 경우, 묘지 부족과 비용 부담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화장은 매장보다 효율적이지만, 고온의 열을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CO₂)와 미세먼지가 배출되며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게다가 일부 화장 과정에서는 유해 물질과 중금속이 공기 중에 방출되기도 한다.
즉, 우리가 선택해온 장례 방식이 고인을 보내는 방식인 동시에 지구에 상처를 남기는 방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떠오른 것이 바로 친환경 바이오 장례 기술이다.
그중 하나가 ‘수목장’으로, 유골을 나무 아래 묻어 자연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목장을 넘어, 생명을 되살리는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며 ‘바이오 장례’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목장 그 이상: 생명을 재탄생시키는 바이오 장례 기술


2. 생명을 다시 피우는 기술 ― 바이오 전환 장례(Bio-Transformation Burial)의 등장

바이오 장례 기술이란, 고인의 유해 또는 시신을 특정 과학적 프로세스를 통해
생명체로 순환시키는 장례 방식을 의미한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휴머스 휴먼(Humus Human), 일명 ‘인간 퇴비화 장례’다.
미국 워싱턴 주에서는 2019년 이를 합법화하며 세계 최초로 ‘사람을 퇴비로 만드는 장례’를 시행한 바 있다.

과정은 다음과 같다.
시신은 통풍이 잘 되는 용기에 넣어지고, 톱밥, 알팔파, 짚 등 자연 재료와 함께 발효된다.
40일에서 60일 후, 시신은 완전히 흙으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이 흙은 유족이 직접 화분이나 나무 아래에 활용하거나, 숲에 뿌리는 등 생태 복원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으로 다시 쓰인다.
이 방식은 기존 매장보다 95% 이상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공간도 최소화되며,
무엇보다 ‘죽음 이후 생태계를 살린다’는 의미에서 정서적 위로를 주는 새로운 형태의 추모로 주목받고 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알카라인 수분해(Alkaline Hydrolysis)**가 있다.
이는 시신을 화학적 용액에 넣어 고온·고압 상태에서 분해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화장보다 90% 이상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공기 오염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 모든 기술은 “사망 이후에도 지구에 생명을 남기고 싶다”는
새로운 세대의 가치를 반영한 미래 지향적 장례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3. 윤리와 법적 이슈 ― 바이오 장례 기술의 수용과 저항

바이오 장례 기술이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는 많은 공감이 있지만,
아직까지 정서적 거부감과 문화적 저항은 존재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조상에 대한 유교적 예법,
‘시신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 효도’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

또한, “사람을 퇴비로 만든다”는 개념 자체에 대한 감정적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는 이를 ‘인간 존엄성 훼손’으로 받아들이며, 법적·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법적으로도 바이오 장례는 아직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다.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만이 바이오 장례를 공식 허용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시신을 처리하는 방식은 매장 또는 화장으로 한정’된 상황이다.

따라서 바이오 장례를 도입하려면 현행 장사법의 개정과 사회적 합의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의 과학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죽음에 대한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는 설계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4. 미래 장례의 방향 ― 생명을 순환시키는 장례로 나아가야 할 때

기후 위기, 자원 고갈, 도시화 등 다양한 환경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 또한 지속 가능한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
바이오 장례는 단지 친환경 기술에 그치지 않고,
‘한 생명의 끝이 또 다른 생명의 시작이 되는 철학’을 구현하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현재 바이오 장례 기술은 친환경 도시 계획, ESG 경영, 생명 윤리 교육과 결합되어
보다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린 장례 인증제가 도입되어,
화장보다 바이오 장례를 선택한 유족에게 세금 감면이나 장례 비용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도 2040년까지 장례 인프라의 30% 이상을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하는
정부 계획을 준비 중이며, 이 과정에서 바이오 장례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AI와 IoT를 활용해 장례 이후에도 나무 성장 기록, 흙의 생태 정보 등을
유족이 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추모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이제 죽음은 끝이 아닌 생태계의 한순간이며,
바이오 장례는 그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는 미래형 장례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리의 마지막 흔적이 생명을 살리는 씨앗이 된다면,
그 죽음은 결코 슬픔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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