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SG 시대, 죽음마저도 환경을 고려해야 할까? ― 장례와 탄소중립의 충돌
‘죽음’이라는 주제는 오랫동안 개인적이고 정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ESG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사회 전환을 위한 흐름 속에서,
“사람이 죽는 방식도 지구에 영향을 준다”는 문제의식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장(火葬) 방식은 1회당 약 245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휘발유 차량으로 서울-부산을 5회 왕복하는 수준이며,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백만 톤의 탄소가 ‘죽음’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매장 역시 생분해가 어려운 관, 방부처리제, 시멘트 구조물 등으로 인해
토양 오염, 지하수 침해, 생태계 교란이라는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죽음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시대에 와 있다.

2. 화장 대신 물과 흙 ― 탄소 없는 장례 기술의 탄생과 진화
기술은 죽음조차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탄소 제로 장례 기술은 **인체 액화 장례(Alkaline Hydrolysis)**와
**자연순환 매장(Natural Organic Reduction)**이다.
알칼라인 하이드롤리시스는 물과 알칼리 용액을 이용해 시신을 생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화장보다 약 90% 적은 에너지, 1/10 수준의 탄소 배출로 장례를 마친다.
이 장례는 미국 28개 주에서 합법화됐고,
‘워터 크리메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유럽과 호주에서도 도입이 확산 중이다.
한편 미국 시애틀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는 자연순환 매장은
시신을 퇴비화해 나무와 꽃을 키울 수 있는 토양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약 30~40일이 소요되며,
소형 온실 내부에서 공기와 미생물, 나무껍질을 이용해
인체를 자연적으로 분해하고 순환시키는 기술이다.
이처럼 장례의 기술 혁신은 단순히 장식적 장례를 넘어서
기후 위기 대응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미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3. ESG와 장례 산업의 만남 ― 미래 장례 시장의 녹색 전환
ESG 경영이 확산됨에 따라, 장례 산업도 변화의 중심에 서고 있다.
장례식장, 화장터, 납골당, 묘지 관련 기업들은 이제
탄소배출량 보고, 친환경 인프라 구축, 사회적 책임 실현을 요구받는다.
국내 일부 선도 기업은 전기화장로 도입, 생분해 관 사용,
디지털 추모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탄소 절감형 서비스를 실험 중이다.
또한 수목장이나 자연장 등 친환경 추모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유가족의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환경적 책임을 공유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특히 IT와 접목된 메타버스 추모공간, 가상 분향소,
탄소 배출량 측정 가능한 장례 계획 플랫폼 등이
디지털 전환과 ESG를 동시에 충족하는 혁신 사례로 부상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비용 절감이나 이미지 개선 차원을 넘어서,
장례 산업 전반이 사회적 가치 창출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죽음의 철학이 바뀐다 ― 지속가능한 이별은 가능한가?
장례의 본질은 단순한 유체 처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별을 의미 있게 만들고, 고인을 존중하며, 남은 이들의 슬픔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장례는 결국 인간적 존엄과 감정의 온도를 담아야 한다.
그러나 탄소 없는 장례 기술이 확산되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질문과 마주한다.
“지속가능한 이별이란 가능한가?”
생명을 마무리하면서도 지구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식,
고인을 떠나보내면서도 다음 세대의 미래를 고려하는 이별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장례 기준 개편,
친환경 인증제 도입, 장례업 종사자의 전문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민 인식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
앞으로의 장례는 더 이상 ‘죽음의 종착역’이 아닌,
지구와 사회를 위한 마지막 기여의 장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떠난 자리를 다시 생명이 자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진정한 ESG 장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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